12이란 숫자를 영어로는 ‘dozen’이라 하고 흔히 ‘다스’라고 우리는 말한다. 예를 들면 연필 한 다스하면 연필 열 두 자루를 뜻한다.
이처럼 ‘다스’는 그 자체로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서양인들이 13을 불길한 숫자로 여겼던 까닭도 실은 한 묶음을 넘어서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으로 세상의 일도 다스 단위로 변화해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13년이 되면 새로운 단계, 즉 뉴 라운드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열 두 달이 지나면 새해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세상의 기본적인 변화는 바로 이 12년을 한 묶음으로 해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삶도 역시 12년을 하나의 묶음으로 한다.
예를 들면, 어떤 특별한 해, 가령 결혼한 해가 1997년이라 한다면 2009년으로서 12년이 지난해가 되는 것이니, 결혼 생활도 새로운 라운드로 접어든 셈이라 보면 된다. 한 번 곰곰이 되새겨보라, 어떤 일도 모두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일을 시작하고 나서 12년이 지나면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맞이하는 것이고, 그 변화가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다면 그 일은 실패 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12년이 지나면서 더욱 성장하는 모습이라면 앞으로 12년은 더욱 발전적이고 더 큰 성취를 기대해도 좋다는 얘기이다.
더 크게는 나라의 일을 살펴보기로 하자. 우리나라는 1964년 제 3공화국이 들어서면서 발전의 기틀을 잡아나갔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1976년을 전후하여 중화학 공업에 대한 투자와 육성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로부터 다시 12년이 지난 1988년에는 드디어 급성장을 보이고 88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알렸고, 그로부터 다시 12년이 지난 2000년이 되자 복지국가의 틀을 갖추게 되었다. 이런 것이 12년 마디로 세상의 변화를 보는 방법이다.
대한민국의 성공 스토리 역시 이 속에 있는 것임을 알 것이다. 그리고 내년은 2000년에서 12년이 지난 2012년이 된다. 하지만 일방적인 성장의 모습을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세상 만물은 일직선으로 뻗어가는 법이 없으니, 과연 내년부터 12년간 우리는 어떤 모습을 보게 될까? 간단하게 답한다면 1964년부터 12년 단위로 이어온 줄기찬 성장을 이제 성찰하고 조정하는 기간이 될 것이다. 세상은 기본적으로 60년의 커다란 주기를 갖는데, 그 중에서도 마지막 12년은 언제나 그간의 흐름을 조정하고 성찰하는 기간이 되기 때문이다.
조정과 성찰 역시 실은 훗날 더 힘찬 걸음을 내딛기 위한 내적 성장의 과정이라 보면 되겠다. 우리가 지난 48년간 고속성장을 해오는 과정에서 드러나고 불거진 실로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점들을 정리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정치와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그렇다고 보면 되겠다. 물론 그 사이에는 남북한의 통일이라는 과업도 포함된다. (북한의 실패한 체제는 이 기간 중에 사라질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세상을 12년 단위, 즉 한 다스로 묶어서 살펴보면 대단히 흥미롭고 의미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증시 역시 그렇다. 거시적인 눈으로 살피면 우리 증시는 1986년부터 대상승을 시작했고 전 국민들의 관심사로 등장했으니 이를 기산점으로 삼으면 된다. 1986년부터 1998년까지는 사실상 우리 국민들의 증시였다면, 1998년부터는 외국자본의 힘이 좌지우지하는 글로벌 증시의 한 축으로 편입이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 미국 금융위기를 겪었던 우리 증시는 2010 년부터 또 다른 질적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이제 우리 증시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주식 시작이 아니며, 일부 외국계 자본이 좌지우지하는 시장도 아니다. 그보다 더 큰 차원에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글로벌 시장에 편입된 것이다.
이제 국내 증시의 동향은 외부 세계로부터 영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시장이 아니라 국내 증시의 동향 자체가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으로 바뀐 것이다. 다시 말해 양방향 시장이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증시 종목 중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종목의 움직임과 그렇지 않은 종목들 간의 움직임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까닭으로 증시가 올라도 전혀 오르지 않는 종목이 너무나도 많아진 현실이다. (그러니 이런 흐름을 감지해야만 주식 투자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지금까지 12년의 기간은 세상 변화의 큰 틀을 파악할 수 있는 묶음, 다스의 단위임을 설명 드렸다. 파악하고자 하는 대상이 무엇이든 가능하다. 기산점만 정확하게 잡으면 말이다. 개인의 일이든 나라의 일이든 세계의 일이든 모두 가능하다. 가령 2001년 가을 9.11 테러가 발생했고 그로서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렇다면 테러와의 전쟁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가늠해보려면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13년의 상황을 보면 답이 나온다. 이미 오사마 빈 라덴은 죽었지만 그 해에 가서 알카에다가 무너진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그로서 중동 테러는 진정 국면 내지는 해소 국면으로 들어간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것이 1982년의 일이었다. 그러니 1994년에 가서 이미 세계적인 메이커의 반열에 들어섰고, 2006년에 이르러서는 세계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석권하는데 성공했다. 이 12년 묶음법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방법은 아주 간편해서 적용이 너무나도 쉽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활용해보라는 얘기이다. 참고로 하나 더 알려드리고자 한다. 어떤 일이 잘못되었거나 명분이 없을 경우 그것이 이어질 수 있는 기간도 이 방법으로 헤아려보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일제의 조선 지배는 36년 만에 끝이 났으니 이는 12년이 세 번 거듭된 것이고, 최근 서울 지하철 노조가 민노총에서 탈퇴를 했으니 그 또한 시작으로부터 24년만의 일이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잘못된 것이나 일이라면 12년 단위의 마디 지점에서 실패로 종료가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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