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룩 주룩 가을비가 내린다. 이 비가 내리고 나면 ‘가을’보다는 ‘겨울’에 가까운 차가운 공기가 세상을 감싸겠지? 더 추워지기 전에 섬으로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마음으로 비를 뚫고 강화도로 향한다. 믿을 수 없는 기상청 예보지만, 우리가 도착하는 점심때는 햇빛이 쨍하고 뜬다고 했다. 무수히 빗나간 일기예보에 매번 불신을 가지면서도, 또 다시 한 번도 속아본 적 없는 사람처럼 간절하게 일기예보가 맞길 기대하며 강화도로 향한다. 서울에서 강화도 까지는 1~2시간의 가까운 거리다.
섬인 강화도에서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 안의 섬 석모도로 가기 위해서는 외포리 선착장으로 간다. 배를 기다리고 있을 때까지 비가 내리고 있어 울상이 되지만 배를 타자 거짓말처럼 비가 멈추고 햇빛이 고개를 든다. 배 밖으로 나가 끼룩 끼룩 우는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을 준다. 매섭게 날아들어 새우깡을 채가는 갈매기들은 여행객에게 재밌는 광경이다. 하지만 이런 습관이 갈매기의 물고기 잡는 사냥 능력을 잃게 한 게 아닌가 싶어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인간처럼 갈매기에게도 제각각의 다양한 인생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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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맛과 멋, 자연이 한데 어우러지면 좋겠다는 바람에 누군가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순천이 어떠냐고. 서울에서 5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그곳에 가게 되면 광대한 시간이 빚어낸 자연의 위대함을 마주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가을과 어울리는 갈대밭과 한국 생태관광의 수도라 불리는 그곳 ‘순천’으로 떠났다.
서울에서 순천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서울에서 380km, 5시간 30분 걸리는 그곳은 토요일과 가을이라는 부수적인 요소가 더해져 아침 9시 30분에 출발한 차는 4시 30분이 되어서야 순천에 나를 내려놓았다.
이미 지쳐서 ‘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치는 금융 위기 때의 주가하락처럼 마음속에서 끝없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지친마음으로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에 한 걸음 들어서자 초록빛의 야구장 같은 잔디밭에서 아이들은 잠자리를 잡기 위해 뛰어 다니고 있고 가족들은 느긋하게 벤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여유로움에 살며시 웃음이 난다. 깊이 숨을 들이 마시고,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의 탐방에 나섰다. 가장 먼저 간 곳은 ‘순천만자연생태관’과 ‘천문대’였다. 자연생태관은 순천만의 다양한 생태자원을 보존하고, 자원의 학술적 연구와 학생 및 일반인의 생태학습을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기획전시실, 전시실, 영상관, 생태교실, 세미나실과 갯벌 관찰장이 인접해 있어 생태학습장으로 활용된다. 자연 생태관과 이어진 천문대는 낮에는 드넓은 갈대밭과 순천만에 서식하는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와 청둥오리 등 다양한 조류를 관찰할 수 있고, 밤에는 별을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체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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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 도착하자 우리를 맞은 건 습도 높은 공기와 내리쬐는 햇볕이었다. 분지지형의 진주에 가을이 늦게 찾아오려는 듯 했다. 그러나 남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살며시 ‘가을’이 담겨있었다.
진주는 충절의 고장이다. 임진왜란 때 참혹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으로 전투의 김시민, 김천일, 최경회, 고종후 등이 그 중심에 서서 나라를 위해 싸웠고, 논개는 19세의 나이로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뛰어 들었기 때문이리라. 더불어 ‘북평양 남진주’로 불릴 정도로 전통 문화가 융성했으며, 진주 8경이 있을 만큼 경치 또한 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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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 가끔 그 작은 마을이 그리워 찾아갔지만 낯선 아파트와 복합 상가가 우뚝 서 있어 씁쓸한 미소를 짓고 돌아올 뿐이었다. 아마 8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에게 이런 기억은 흔한 기억일 것이다. 모두들 반짝이는 높은 빌딩과 편리한 아파트를 꿈꾸게 되면서 작은 마을이 서야할 자리는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옷을 입히기보다 조금 낡아도 그대로 보존하며 추억과 꿈을 선물해주는 마을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 중 하나인 통영의 ‘동피랑 마을’로 아련한 추억을 더듬으며 찾아갔다.
서울에서 4시간 30분 만에 도착한 통영. 두 번째 방문이다. 처음 통영을 찾았을 때 함께 동행 했던 사람이 ‘여기가 바로 한국의 나폴리 통영이야’라고 말했다. 통영의 중앙시장 앞의 작은 항구와 나폴리라는 모텔을 보면서 피씩 웃었던 기억이 살며시 떠오른다. 동피랑 마을은 통영의 어시장인 중앙시장 뒤쪽 언덕에 위치해 있는 마을로, 구불구불한 오르막 골목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알록달록한 마을이 보인다. ‘동쪽 벼랑’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동피랑 마을은 ‘동쪽에 있는 비탈’이란 뜻의 통영사투리이며,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소라껍데기처럼 생겼다고 한다. 사실 이 마을은 조선시대에 이순신 장군이 설치한 통제영의 동포루가 있던 자리로 통영시는 낙후된 마을을 철거해 동포루를 복원하고 그 주변에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2007년 마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 ‘푸른통영21’이라는 시민단체가 ‘동피랑 색칠하기-전국벽화공모전’을 열었고, 전국 미술대학의 학생과 개인 등 19개 팀이 낡은 담벼락마다 형형색색의 벽화를 그렸다. 그로 인해 우리나라 최초의 벽화 마을이 탄생하게 되었다. 벽화로 꾸며진 동피랑 마을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 몰려들고, 마을을 보존하자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그리하여 통영시는 동포루 복원에 필요한 마을 꼭대기의 집 3채만 헐고 마을 철거방침을 철회했을 뿐 23가구 50여명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터전을 굳건히 지킬 수 있게 되었다. 마을을 지키려는 간절한 마음과 참신한 아이디어, 그리고 고사리 같은 미술학도들의 작은 손이 모여 가장 예쁜 벽화마을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동피랑 마을은 빠른 발걸음 대신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걸어야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다. 구수한 ‘퍼뜩 오시소’라는 인사로 정겹게 사람을 맞이하는 벽화를 시작으로 동피랑 마을의 걷기 여행은 시작된다. 어느 집 담벼락에는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가 그려져 있고, 또 다른 벽화에는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사막여우와 보아뱀이 동화의 한 장면과 함께 ‘우리가 행복한 것은 마음에 심어둔 한 송이 장미가 있기 때문입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숨박꼭질 하는 추억의 한 장면도 있어 슬며시 웃음이 배어나온다. 더불어 초록의 지붕 아래에는 통영을 대표하는 윤이상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어 그들에 대한 존경과 마음을 담기도 했다.
마을 어귀의 ‘동피랑 마을 구판장’에 서면 강구안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과거 작은 어촌 마을이었던 이곳은 과거 고깃배가 들어올 시간이 되면 마을 아낙들이 구판장에 앉아 고기 잡으러 나간 남편과 가족을 기다렸다고 한다. 누군가 죽거나 다치면 배에 흰 깃발이 매달렸는데, 흰 깃발이 바다 저편에서 보이면 거친 언덕을 눈물과 함께 한 걸음에 내려가기도 하고, 깃발이 달리지 않으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이처럼 구판장에는 뱃사람으로서의 삶의 애환이 담겨있다. 구판장을 지나 골목 사이를 걸어간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모퉁이는 길이 이어진 듯 또 다시 새로운 길이 시작되어 보물찾기하듯 벽화를 보는 재미가 더해진다. 또한 마을 정상에서 바라보는 통영 앞바다의 전경과 건넛마을의 풍경이 아름다워 ‘와아’하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통영을 바라본다. 해와 달과 가깝고, 바다가 보이는 동피랑 마을의 구석구석을 돌다보면 참 정겹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어린 시절을 지낸 작은 마을이 사라졌을 때 느꼈던 추억에 대한 박탈감과 그리움이 채워지는 것 같다.
동피랑 마을을 발길 따라 닿는 대로 걸으며 나는 참 행복했다. 동화 속 마을에서 꿈을 꾸고 있는 기분에 잠겼다. 마을 안의 한 글귀를 보고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다.
‘무십아라! 사진기 매고 오모 다가, 와 넘우집 밴소깐꺼지 디리대고 그라노? 내사 마, 여름내도록 할딱 벗고 살다가 요새는 사진기 무섭아서 껍닥도 몬벗고. 고마 덥어 죽는 줄 알았능기라.’ (무서워라. 사진기 메고 오면 다예요? 왜 남의 집 변소까지 들여다보고 그래요? 나는 여름내 옷을 벗고 살다가 사진기 무서워서 옷도 못 벗고 그냥 더워서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햇빛을 쬐며 마당에 나와 있고 싶어도, 문을 열어 집안을 환기 시키고 싶어도, 일요일 오후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어도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 마을 곳곳에 빼곡히 주차된 차들과 큰 경적 소리와 수많은 관광객들의 카메라 셔터와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까지. 마을을 살린 이유가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큰 불편함이 된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느껴졌다. 그러니 여행객으로서의 살아가는 주민들을 위해 매너와 예의를 지키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중앙시장에서 5분 거리에 있으니 차는 되도록 가지고 갈지 말고 동피랑 마을의 집안을 기웃거리거나 큰소리로 떠드는 등의 행동도 삼갔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을 가질 수 있길 바라본다.
동피랑은 누군가의 마을이 아닌 우리의 힘과 노력으로 생명을 불어 넣어 준 우리의 마을이다. 하늘과 파도와 바람 그리고 사랑이 담벼락이 머무는 그곳, 동피랑 마을에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고 사람이 함께하는 고향 같은 풍경이 지속되길 바라며 서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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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출발해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양수리를 지나 냉면으로 유명한 옥천을 거쳐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가 보면 중미산 자연휴양림의 표지판이 보인다. 서울에서 1시간이면 중미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하게 된다. 제1매표소에는 캠핑을 할 수 있는 야영장이 있고, 제2매표소에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중미산 자연휴양림은 해발 834m의 중미산 농다치고개 너머 분지 속에 있는 침엽수림이다. 중미산 자락에 자리한 자연휴양림의 맞은편 유명산 자연휴양림은 늘 등산객으로 북적거리지만, 이곳은 조용하고 평화롭다. 한때는 건강한 자연을 위해 자연휴식년제에 묶여 있어 출입이 제한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청정하고 맑은 공기가 숲을 감싸고 있다.
중미산 자연휴양림은 1시간 30분쯤 걸리는 1.2km 숲길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한 구간이 전국 유일의 임산부를 위한 ‘태교의 숲길’이다. 스피커에서는 태아와 임산부에게 좋은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숲길 중간 마다 태교에 좋은 예쁜 시와 글귀가 적혀 있다. ‘엄마가 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라.’,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그리며 꿈꾼다.’, ‘태아는 완전한 인격체이다.’등 행복을 주는 생활태교의 푯말이 보인다. 이 숲길을 걸으며 자연 속에서 태교 방법을 배울 수 있고, 동그란 의자에 앉아 편안한 마음으로 태아와 함께 호흡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임산부가 태아와 함께 운동할 수 있도록 너른 평상을 배치해놓은 배려도 태교를 위해 이곳에 온 부부를 기쁘게 한다.
중미산 자연휴양림은 태교를 위한 숲길로 조성되었지만, 아등바등 살아가는 일상에 지친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도 편안하고 산뜻한 공기가 스며들게 한다. 침엽수림으로 둘러싸인 숲 속학교 근천에는 긴 통나무 벤치가 놓여 있다. 몸을 길게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니 햇빛에 반짝이는 순하디 순한 나뭇잎과 둥실둥실 떠다니는 구름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산책로의 반환점쯤 되는 곳에 작은 옹달샘이 있다.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노래가 떠올라 잠시 흥얼흥얼 거려본다. 작은 동물들이 목을 축일만큼 귀여운 옹달샘이었다. 또한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중간 중간 졸졸졸 시냇물이 흐른다. 양말을 벗고 차갑고 깨끗한 물에 발을 담근다. 아주 잠시지만 현실의 인간 세계를 떠나 오롯이 자연과 벗하며 산다는 상상의 사람인 신선이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나비와 벌레가 너무 많았다. 함평 나비축제보다 더 많은 나비들이 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숲 속을 날고 있었고, 다양한 벌레들과 부지런한 개미들이 집을 짓고 있었다. 가끔 벌레들을 보며 놀랐지만, 함께 동행한 친구는 “이 휴양림 그만큼 깨끗한 게 아닐까?
굳이 인간의 힘으로 환경을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나비도 모이고, 벌레들도 저마다 집을 지으며 이 숲과 함께 공존하는 게 그 증거가 아닐까?”라고 말을 건넸다. 사실 중미산 자연휴양림에는 낙엽송, 소나무, 잣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층층나무와 고사리, 취나물, 곰취, 더덕, 약초, 버섯류가 많이 자생한다. 모든 생물들이 공존하며 모든 걸 평화롭게 만들어준다.
중미산 자연휴양림은 임산부를 위한 태교의 숲길인 동시에 가족을 위한 자연학습장이다. 숲체험가가 매일 2회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제2매표소에서 함께 출발하며 생태 공부에 도움을 준다. 숲 체험가는 묻는다.
“자연과 생태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아이들과 어른들이 머리를 맞대지만 쉽사리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자연은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않고 저절로 생겨난 산, 강, 바다, 식물, 동물 같은 존재나 그것을 이루는 지리적, 지질적 환경이에요. 또 생태란 생물이 살아가는 모양이나 상태죠.”
즉, 자연은 환경이고 생태는 조건이라고 한다. 결국 이 모든 테두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숲도 사람도 다양한 상호작용에 의해 건강할 수 있는 것이다.
고개를 끄덕일 만큼 쉽고 명쾌해 어린 시절 선생님과 함께 자연학습을 나온 기분이 든다. 게다가 물푸레나무엔 천연색소가 들어 있다고 한다. 직접 나무껍질을 벗겨 물에 담그니 청보라의 물결이 아름답게 일었다. 자연의 신비란 이런 건가 싶어 흥미롭다. 함께 온 엄마와 아빠도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즐거워하는 풍경을 보는 것 또한 절로 행복해진다.
숲은 인간을 치유한다. 건강치유 효능이 뛰어난 피톤치드를 내뿜는 숲은 천연의 향균 물질로 유해물질과 스트레스에 시달려 온 심신을 편안하게 해준다. 게다가 가파르지 않은 산자락의 산책로, 따뜻한 햇살과 초록의 나뭇잎, 선선한 바람결과 투명한 공기, 맑은 물, 흙냄새, 새의 지저귐까지 듣고 있노라면 끙끙거리던 몸과 마음에 빨간 약을 바른 것 마냥 치유되는 기분이 든다. 언제나 인간을 보듬어주는 초록의 숲에서 7월에는 힘들고 지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쉬는 건 어떨까?
[하이트진로웹진 11월호] 섬 안의 섬, 강화도 석모도 (0) | 2011.1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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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웹진 6월호] 바다와 숲을 품은 그곳, 부산 삼포해안길 (0) | 2011.06.07 |
삼포해안길은 최치원의 전설이 서린 동백섬을 한 바퀴 돌아 3개의 포구를 걷는 해안길이다. 대구탕과 횟집으로 유명한 해운대 미포, 조개구이집이 많은 청사포, 송정해수욕장이 있는 구덕포 세포구를 연결 지어 삼포라고 한다.
처음 시작점은 동백섬이었다. 조선호텔 뒤에 위치한 동백섬은 해운대를 바라보며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동백섬은 해운대 해수욕장 남쪽 끝에 자리한 섬이었지만 장산폭포에서 흘러내린 물과 부흥동에서 흘러내린 물이 해운대 지역의 모래를 실어내리면서 자연스럽게 육지와 이어지게 되었다.
가수 조용필의 노래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마안~’처럼 3~4월에 빨간 동백꽃이 절정을 이루고, 여름에는 초록빛으로 물든다.
6월의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끝없이 펼쳐진 동해 바다를 보고 걷고 싶었지만, 머피의 법칙은 나를 지나쳐 가지 않았다. 흐릿한 하늘과 자욱한 안개로 바다가 덮여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 하고 산책로를 걷다보니 순환길 옆 암반지대에 황옥공주라는 청동인어상이 슬프게 앉아 있었다. 덴마크에 인어공주가 있다면 한국엔 황옥공주가 있다고 한다.
해운대를 지나 동양의 몽마르트 언덕으로 불리는 달맞이 길의 맨 아랫부분에 자리한 미포를 만난다. 미포는 소를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와우산의 맨 아래에 있어 꼬리 ‘미(尾)’를 써서 미포라고 불린다. 미포를 지나 달맞이 길로 올라가니 ‘문탠로드’의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특히 미포에서 청사포, 구덕포로 가는 길목을 이어주는 ‘문탠로드’는 삼포해안길을 대표하는 길이다.
문탠로드의 문탠(moomtan)은 선탠(suntan)이란 말을 뒤집어 달빛을 받는다는 표현과 길의 영문 발음을 합친 합성어다. 즉, 달빛을 받으며 걷는 길이라는 뜻인데 실제로 일몰부터 밤 11시까지, 새벽 5시부터 일출까지 조명이 들어와 아름다운 숲속 길을 연출해준다.
더불어 문탠로드는 해운대구 직원들이 월급끝전을 기부하여 ‘새가 노래하는 정겨운 길’을 조성하고자 팔손이나무를 길 양옆에 식수한 나눔의 길이다. 그들의 나눔으로 사람들은 초록빛 숲을 거닐고, 바다내음을 맡고, 뱃고동 소리를 들으며 자분자분 길을 걸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걷다보니 바다 쪽으로 철길이 보인다. 이 철길은 동해남부선 해안철도로 1918년 18월 31일에 첫 운행을 시작해 부산과 포항을 연결한다. 현재 복선전철화 사업이 진행 중에 있어 해운대-송정 구간 이설이 완료되면 아름다운 해안절경으로 유명한 이 구간을 통과하던 열차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고 한다.
길의 중간쯤 갔을 때 청사포와 구덕포의 갈림길이 나왔다. 여기까지 온 이상 청사포 마을로 들어가 바다도 보고 조개구이도 보며 느긋하게 산책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청사포 마을을 보고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구덕포로 가기로 결정했다. 청사포로 내려가기 위해 동해남부선 건널목을 건너내려 가면 수많은 조개구이 집과 바다에 정착된 배, 하얀 등대와 빨간 등대가 마주보고 서 있다. 시계를 보니 5시. 기온차로 생긴 안개가 점점 사라지고 파란 바다가 얼굴을 드러낸다. 안개 낀 풍경도 좋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안개가 사라지자 아이처럼 기뻤다. 멀리까지 왔는데 바다를 눈에 담아갈 수 있어 진심으로 안도했다. 청사포는 난류와 한류가 섞이는 동해의 남쪽 끝, 남해의 동쪽 끝에 있어, 옛날부터 물고기가 풍부하고 질 좋은 횟감이 많이 잡혔다. 그런 탓에 포구의 방파제는 늘 낚시꾼들로 붐비고 주변엔 횟집과 조개구이 촌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쇠락하지 않은 생동감 있는 어촌마을의 풍경이 즐겁다. 전복과 가리비, 새우 등이 풍성한 조개구이를 먹고 갈림길로 되돌아 갔다.
구덕포로 향하는 길 귀신처럼 음침한 사스레피나무가 쭉 늘어서 있었다. 사스레피나무는 차나무과의 상록활엽관목으로 3~4월에 피는 꽃에서 계분 냄새가 난다. 유쾌하지 않은 냄새지만 사람에게는 살균, 진정작용하며 공기청정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옅게 남아있는 계분 냄새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 같다. 동해남부선 철길의 굴다리를 지나니 구덕포가 나왔다. 해안 길에서 물이 빠진 갯바위에서 고동을 잡는 아이들과 엄마, 낚시를 하는 아빠로 보이는 가족들이 단란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즐겁다.
해안 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멀리 송정해수욕장의 백사장이 보였다. 백사장에는 뜨거운 여름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겠다는 듯 아직은 차가운 바닷물에 풍덩 뛰어든 개구쟁이 꼬마들과 가족들, 다정한 연인이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여름의 길목에 들어서는 뜨거운 6월은 누구에게나 행복을 선물해주는 것 같다. 길고 긴 삼포해안길의 목적지에 출발 5시간 만에 도달한 나 역시 행복한 웃음이 절로 난다. 송정해수욕장의 죽도공원까지 천천히 걸어가서 해가 뉘엿뉘엿 지는 일몰을 바라보는 것으로써 삼포해안길의 긴 여정이 끝났다.
오랜만에 새소리 들리는 청량한 소나무 산길과 자욱한 안개 속에서 들리던 파도소리 함께한 해안가를 걸으며 ‘부산’과 다시 한 번 사랑에 빠졌던 순간이었다.
[하이트진로웹진 11월호] 섬 안의 섬, 강화도 석모도 (0) | 2011.1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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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웹진 10월호] 남도여행 1번지, 순천으로 떠난 가을 여행 (0) | 2011.10.11 |
[하이트진로웹진 9월호] 역사와 충절을 배우는 그곳, 진주성으로 가다 (0) | 2011.09.14 |
[하이트진로웹진 8월호] 언덕길 위에 펼쳐진 알록달록, 경남 통영 동피랑 마을 (0) | 2011.08.05 |
[하이트진로웹진 7월호] 전국 유일의 태교 숲길, 중미산자연휴양림 (0) | 2011.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