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웹진 9월호] 여름 불씨


그녀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엔 컨테이너박스가 하나 있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동네 유일의 나이트클럽이다. 그것은 논과 밭이 끝없이 펼쳐진 벌판 위에 고독하게 서 있다. 겉모습만 봐서는 누구도 유흥업소일 거라 짐작하지 못할 만큼 엄청나게 평범하고 초라한 외관을 하고서다. 상호도 간판도 없는 건물 안에선 희미한 음악소리와 함께 아슬아슬한 빛이 새어나온다. 창문은 두꺼운 커튼으로 죄 가려져 있지만, 사랑이 사랑을, 젊음이 젊음을 아무리 숨겨도 감추기 어려운 것처럼, 틈만 나면 어디든 기어이 비집고 나가 스스로를 자랑하고야 마는 청춘의 에너지를 막을 도리는 없는 듯하다. 사방을 분간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그 시간, 빛을 발하고 있는 건 오직 컨테이너 박스와 그녀뿐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인지 반딧불을 따라가듯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한 채 비틀비틀 걷고 있는 민주의 모습은 하나의 커다란 빛 덩이에서 떨어져 나온 또 다른 빛, 혹은 빛의 입자처럼 보인다.
마을에 나이트클럽이 생긴 건 몇 달 전의 일이다. 서울에서 생물학 강의를 하다 귀농한 젊은 남자가 사장이란 소문이 전해졌지만 누가 진짜 업주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점 하나는 거기 나이트클럽 운영자가 낚시를 좋아한다는 거였다. 컨테이너 건물 옆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운치 있게 세워진 왕대나무 몇 대가 그 사실을 말해줬다. 풍경을 방해하는 어떤 구조물 없이, 탁 트인 땅 위에서 저 혼자 수직을 지향하며 서있는 그것. 얼핏 봐도 길이가 대략 사람 세배만한 게 물고기를 건조시키는 데 쓰이는 장대들이었다. 생선은 싸리나무에 줄줄이 코가 꿰어 하늘로 올려졌다. 그리고 때가 되면 주인 손에 의해 아무도 모르게 교체됐다. 망둥이나 우럭 따위의 흔한 물고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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