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척박사/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하이트진로웹진 7월호] 한국과 미국 대학생의 술 문화 비교~ 있다, 없다! /양유리

우리곁에 2011. 7. 6. 18:22
한국과 미국 대학생 술 문화 비교 있다, 없다!

Q.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그동안 대학생활을 하며 다양한 술 문화를 접했습니다.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미국의 대학생들은 술을 어떻게 마시고 즐기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에 다니는 양유리라고 해요. 캐나다와 미국에서 유학을 한지 벌써 11년이 되었네요. 현재 미국에서 대학교 2학년을 마쳤고요. 저는 유학생의 눈으로 봐온 한국과 미국의 문화 중 두 나라의 대학생 술 문화를 제 경험을 토대로 비교 해볼까 합니다. 역시, 미국에는 있지만 한국에는 없는, 또는 한국에는 있지만 미국에는 없는 요소들이 많더군요.

미국 드라마에 나오는 하우스파티가 진짜?

먼저 미국 대학생들과 한국 대학생들이 술을 즐기는 장소와 방식이 정말 다릅니다. 미국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술을 마시는 장소는 학생들이 주최하는 하우스파티입니다. 학교 내에 남녀가 따로 속한 프랫터니티(Fraternity)와 소로리티 (Sorority)라고 불리는 여러 단체가 있습니다. 한국어로는 말 그대로 ‘형제들의 사회’, ‘자매들의 사회’이죠. 이 단체들은 학기 중 바쁘지 않은 시기에 거의 매 주말마다 캠퍼스 내에 위치한 프랫 하우스 (Frat House), 소로리티 하우스 (Sorority House)에서, 또는 캠퍼스 밖에 있는 클럽을 빌려 대학동료들을 초대해 클럽 형식의 파티를 엽니다. 한국과 달리 만 21살 미만의 대학생들(대학교 1,2,3학년)은 남녀 상관 없이 술집, 클럽 출입이 금지 되어있기 때문에 이렇게 학생들이 주체하는 파티 외에는 술을 마시고 춤을 출 기회가 없습니다. 미국 드라마 속 흔히 나오는 미친듯한 하우스 파티가 현실인 거죠. 파티에 나오는 모든 술과 음식은 파티를 주체하는 학생 단체가 전부 제공하며 참석하는 학생들은 따로 술을 사지 않습니다. “정말 모든 것이 공짜야? 입장료도 없어?”라는 저의 질문에 파티에 자주 다녀본 제 친구는 “입장료 같은 것을 왜 내냐”며 저를 마치 외계인처럼 쳐다봤죠. 반면 한국의 대학생 술 문화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은 술집과 계산서입니다. 한국 대학생들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수다 또는 술 게임을 하며 마냥 시간 보내기를 좋아합니다. 집에 갈 때쯤 항상 “누가 돈을 내느냐”하는 질문에 ‘더치페이’를 하기로 하거나 또는 누군가 ”쏜다”를 외치며 그날의 영웅이 되곤 하죠. 술에 돈을 누가 얼마만큼 쓰느냐 하는 걱정을 미국 학생들은 하지 않습니다. 그저 정신 없이 춤을 추기 바빠 돈을 내야 하는 걱정 하나 없이 취하기 위해 마음껏 술을 마십니다. 공짜 술에 그냥 그렇게 미치고는 다음날에는 기억이 지워진 채 잠에서 깨고는 합니다.

하우스파티

한국에는 없는‘프리 드링킹’

이러한 파티 문화에 미국 대학생들에게는 술을 마시는 목적은 오로지 하나, 최대한 많이 취하고 정신을 마음껏 놓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에겐 한국 대학생들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프리 드링킹’(pre-drinking) 이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이것은 파티에 가자마자 더욱 미치도록 춤추고 정신을 놓기 위해 가기 전에 미리 모여 몰래 술을 마시고 취해 놓는 것입니다. 그것도 조금만 마시고 빨리 취하기 위해 센 양주 위주로 마시곤 하죠. 한국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문화는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어차피 술집에 가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타 여러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수다와 게임으로 즐겁게 친목을 다질 수 있을 텐데, 집에서 먼저 미리 취해버린다면 재미없는 외톨이가 되겠죠.

미국에는 없는‘해장’과‘안주’

필라델피아 한인타운에 있는 한국술집에서 참이슬을 마시는 한국 유학생들

한국 대학생들은 미국의 이러한 몇몇 술 문화를 모르는 반면 미국 대학생들이 알 수 없는 독특한 술 문화를 즐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술 문화 하면 첫 번째 떠오르는 것은 해장국. ‘해장’ 이라는 개념을 아예 모르는 미국인들은 술 마신 다음날 아침 답답한 속을 얼큰한 국물로 시원하게 내려 보내는 그 느낌을 모른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미국 술 보다는 한국 술을 더 선호하는 저는 가끔 동료 한국 유학생들과 한국 술을 마시곤 합니다. 같이 술자리를 한 친구들은 그 다음날 아침에 또 보게 돼있죠. 서로 “잘 잤느냐” 혹은 “괜찮으냐”라는 문자를 주고받으며 만나서 다 함께 근처 한국 음식점에 가서 해장하곤 합니다.

북엇국, 육개장, 부대찌개, 매운탕, 라면 등 생각만 해도 입안에 군침 돌게 하는 얼큰한 해장국. 제가 신입생 때 같이 방을 썼던 미국인 룸메이트는 그 맛을 평생 모를 겁니다.

신입생 때 한번은 룸메이트가 술에 잔뜩 취해 토를 하고 친구의 부축을 받으며 방에 돌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많이 아픈가 하고 걱정했었는데 다음날 오후까지 한참 자고 일어나더니 멀쩡한 모습으로 샌드위치를 사오더라고요. 약이라도 줄까 했던 생각이 사라질 정도로 너무 멀쩡해 보였습니다. 더 놀라웠던 건 그 속에 샌드위치가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도 제가 술을 마신 후 이상한 맵고 빨간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모습을 보면 아마 같은 생각을 하겠죠?

미국 대학생들은 해장을 위한 특별한 음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술을 마실 때 같이 먹는 안주 또한 특별히 없습니다. 한국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술을 못 마셔도 안주 맛에 술집에 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학생들은 편하게 서로 얘기하기 바빠 맥주를 마실 때는 아무런 음식을 같이 먹지 않습니다. 파티 같은 경우에는 피자와 칩 외에 음식은 거의 나오지 않죠. 어차피 그곳에서는 빨리 취하는 게 주 목적이니까요. 술을 마시는 도중 배가 고파서 먹을 것을 찾는다 해도 햄버거나 피자 외에 별다른 음식을 찾지 않습니다. 새벽에 맥도날드에 가보면 쓰린 빈 속을 안고 온 술에 취한 사람들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맥도날드 햄버거는 아는데 오뎅탕은 모르다니……

한국에만 있는 술자리 예의

한국 대학생들의 술자리 하면 또 빼 놓을 수 없는 술자리 예의범절 역시 미국 학생들은 알 수가 없습니다. 한국 학생들은 선후배 간의 관계를 상당히 중요시 여기기에 술자리에서도 선배 앞에서는 꼭 지켜야 하는 예의가 있습니다. 술을 따르는 순서도 서열 상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부터 따르고 후배들은 선배 앞에선 꼭 두 손으로 잔을 받아야 하죠. 미국 학생들은 ‘선후배’라기 보단 모두가 그냥 ‘동료’이기 때문에 술잔을 드는 순간 나이와 상관 없이 모두 친구가 됩니다. 특히 파티 같은 경우에는 신나는 분위기를 타 초면에 마치 이미 알던 사이처럼 말도 쉽게 걸고 툭툭 치며 장난도 치고는 하죠. 서로의 문화를 모르는 상태에서 한국 학생과 미국 학생이 술자리를 같이 한다면 아마 싸움이 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노래방 문화

한국만의 고유한 노래방 문화

한국 학생들 사이에서는 술자리 이후에는 노래방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에는 안타깝게도 노래방이 없습니다. 술을 마시고 자신이 어떤 가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것이죠. 신나는 리듬을 타 노래를 부르며 구경하는 모든 동료 선후배를 즐겁게 해줄 수도 없고, 또 어느 가수를 패러디하며 모두를 웃겨 줄 수도 없습니다. 미국 학생들에게는 “술을 마시고 논다”하면 무조건 취해서 몸을 아끼지 않고 춤을 추는 것이죠.

한번은 이랬습니다. 과제에 묻혀서 캠퍼스 안에 한동안 갇혀 살던 저는 어느 날 오랜만에 한국 유학생 친구들과 한국 술집에 가서 여자들만의 수다 타임을 가지려 했습니다. 저희가 간 작은 술집은 조금 특이하게도 술을 마시며 모든 사람이 노래도 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마이크는 두 개이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은 다른 일행도 자신의 노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곡을 나름 잘 부르도록 노력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날 그 술집은 평소와는 아주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한국 친구들을 따라 한국 술을 마시러 온 미국인 일행이 크게 흘러나오는 음악에 노래를 부르기는커녕 복도에 나와 정신 없이 춤을 추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국인 술집에 미국인들이 오니 술집이 클럽으로 둔갑하더군요. 저는 그 광경을 보며 짜증이 나면서 “아니 내가 모처럼 친구들과 재미있게 수다 좀 떨어 보겠다는 데 왜 여기서 춤을 춰야 하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날만큼은 한국식의 술자리를 갖고 싶었던 저와 제 친구들은 결국 그곳에서 나와 다른 술집으로 발을 옮겼습니다.

미국에 있지만 뼈 속은 한국인

술은 한국이던 미국이던 대학생 사회에서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두 술 문화의 아주 큰 공통점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공부 외에 꼭 필요한 사회 생활을 경험해 보는 데에는 술이 빠질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미국 대학생이 파티 문화가 없는 한국 대학에 온다면 이상하기도 하고 몸이 간지러워 답답할 것 같습니다. 타고난 성향일까요? 해장국, 안주, 노래방 등이 없는 미국 대학 술 문화를 답답해 하는 저 역시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 봅니다.

원문 보기 : http://webzine.hite-jinro.com/2011/07/sweet/sweet_1.asp?Depth1=4&Depth2=1